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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 2009년 겨울 남성패션트랜드 클래식

by GhostJiN 2009.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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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d-thirties Look'
클래식한 스타일의 35세처럼 입어라
스타일에도 연령은 엄연히 존재한다. 지금 당신의 패션 나이는 몇 살인가? 혹시 35세를 훌쩍 넘겨 불혹에 접어들지 않았는가? 남성복 디자이너들은 항상 35세야말로 패셔너블함의 절정이자 마지노선이라고 말한다.
 
콕집어 말하자면 멋쟁이로 남들에게 비추어지고 싶다면 35세처럼 입을 것을 추천한다. 왜 그 많고 많은 나이 중에 하필 35세일까? 이유는 35란 숫자는 남자의 인생에서 가장 황금기에 해당하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 주장에는 수많은 반론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당장 ‘청춘예찬’의 작가 민태원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항의메일을 보내오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고 나이를 먹어갈수록 섹시함을 더해가는 숀 코너리나 50줄을 향해 달려가지만 나날이 멋스러워지는 브래드 피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부담되기도 한다.

하지만 35세야말로 남자가 가장 멋져 보이는 나이라는 나의 믿음은 단 한순간도 흔들려 본적이 없다. 굳이 김영하의 수필집 <랄랄라하우스>의 ‘35세’란 에세이를 들먹이지 않아도 치열한 청춘의 터널을 빠져나오는 시점인 35세 무렵이 되면 남자는 일종의 여유 비슷한 것을 갖게 된다. 자신의 지나온 삶을 반추해볼 수 있는 나이인 셈이다. 또한 자신의 취미에 투자할 수 있는 재정적 여력이 이때부터 생기기 시작한다. 패션도 마찬가지다. 남자 나이 서른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자신이 살아온 삶이 그대로 투영되는 거울이란 점에서 패션과 얼굴은 일맥상통한다. 아무리 패션에 관심이 많다고 해도 젊은 시절엔 트렌드를 좇아 개성 없는 옷들만 몸에 걸치기 십상인데, 35세쯤 되면 경제적 여유와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자아 성장으로 인해 옷차림에서도 자신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불혹을 훌쩍 넘긴 중년의 신사라고 해도 혹여 좌절하지 말라는 것이다.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은 신체나이에 상관없이 멋있는 남자가 되기 위해선 패션나이를 35세에 맞추면 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패션나이 35세를 규정하다

패션나이 35세? 그렇다면 일 년 365일 하루 24시간처럼 누구나 알 수 있게 수량화할 수 없는 패션에서 35세에 해당하는 나이는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을까?

2009 F/W 시즌을 앞두고 많은 브랜드들이 내세운 스타일은 바로 클래식한 스타일과 블랙 컬러이다. 워낙 갑작스런 경기 불황은 디자이너들의 창작의욕조차 무너뜨린 셈. 어쨌든 새로운 고객 창출보다 기존의 고객 지키기에 골몰한 결과 차분한 옷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선보였다. 클래식한 남성 아이템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버버리사의 트렌치코트다. 1차 세계 대전 중 비오는 참호 속에서도 군인들의 체온을 지켜주던 이 군용 방수 코트는 곧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얻어 클래식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테일러링 재킷과 질 샌더· 캘빈 클라인의 수트 라인 혹은 롤렉스의 오이스터도 클래식의 반열에 오를만한 제품들이다. 35세가 패션에서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는 이유는 바로 클래식을 제대로 소화해낼 수 있는 시기가 적어도 35세쯤은 되어야 한다는 데 있다. 미국의 유명 패션디자이너 마이클 코어스가 모름지기 남자는 35세처럼 입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근거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물론 특정한 학문적 논리를 바탕으로 주장한 이론은 아니지만, 수많은 옷들에 둘러싸여 생활하며, 많은 사물에서 모티브를 얻어 디자인한 옷들을 모델들에게 입히고, 매 시즌마다 패션 전문가와 대중들에게 자신의 선보여야 하는 일선 남자 디자이너의 말은 귀 담아 들을 만하다. 브랜드마다 메인 타킷층이 다르고 콘셉트도 다르지만,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명품 브랜드의 광고 콘셉트는 대개 32세에서 35세의 남자들이 입을 수 있는 스타일을 고수하는데 특히 이번 시즌엔 새로운 스타일의 제시가 아니라 클래식한 아이템들의 조합으로 고급스런 분위기를 유지하는 데 힘썼음을 알 수 있다.


패션에 대해 별 관심 없는 남자가 다른 이의 조언 없이 옷을 잘 입을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백화점 남성복층의 어떤 브랜드라도 좋으니, 맘에 드는 매장에 가서 해당 시즌 카탈로그를 챙기는 것이다. 각 브랜드의 카탈로그에 나와 있는 스타일링은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최고 스타일리스트들이 참여해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므로 모두 일정 수준 퀄리티는 보장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2009년 가을, 겨울엔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왔던 아이템 -트위드 재킷, 코튼 팬츠, 아가일 체크 패턴 니트 등-들을 자신의 나이를 ‘35세’라고 가정하고 소화한다면 어디 가서 멋쟁이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다행인 것은 기존에 있던 아이템들을 조합한 스타일링만으로도 충분히 2009 F/W 베스트 남성 스타일을 구현해낼 수 있고, 새로이 구입할 아이템들은 앞으로도 반영구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이번 시즌 유행할 스타일은 바로 ‘클래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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