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중 잠정조치수역 내 중국의 일방적 설치, ‘지록위마’의 현대판
최근 한중 간 잠정조치수역 안에서 중국이 일방적으로 해상 시설물을 설치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명백히 사전 협의가 필요한 해역임에도 중국이 독단적으로 강행한 행위로, 국제법적 신의를 저버린 처사다. 이 상황을 보며 자연스레 고대 중국 진나라 말기의 일화를 떠올리게 된다. 바로 "지록위마(指鹿爲馬)"다.
지록위마는 간신 조고가 어린 황제 호혜제 앞에서 사슴을 가리키며 “이것은 말입니다”라고 한 사건을 말한다. 조고는 황제를 비롯한 신하들에게 사슴을 말이라 부르게 하여 자신의 권세를 과시하고 반대파를 걸러냈다.
오늘날 한중 잠정조치수역 사태는 바로 이 지록위마의 현대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은 자신들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이는 정상적이며 합법적인 활동”이라 주장하고 있다. 명백히 공동 관리와 협의가 필요한 해역에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하고도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는 듯하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는 것이나, 국제 질서를 어기고도 당당히 합법이라 우기는 것이나, 무엇이 다른가.
중국의 이 같은 행동은 주변국들에게 일종의 시험장이다. "내가 이렇게 해도 당신들은 과연 반대할 수 있는가?"
조고가 신하들을 시험했던 것처럼, 중국은 국제사회를 향해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침묵하거나 무기력하게 넘어간다면 그들은 이를 곧 "사슴이 말이 된다"는 식으로 정당화할 것이다.
특히 한중 잠정조치수역은 단순한 어업권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해양 주권과 직결된 문제다. 중국의 일방적 행동을 방치할 경우, 추후 해양 영토 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결코 적지 않다. 작은 일이라고 넘겨서는 안 된다.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고 행동으로 대응해야 한다. 단순한 유감 표명이나 외교적 항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조고의 사슴을 말이라 부르지 않겠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중국이 일방적 기정사실화를 시도하는 이 순간, '작은 침묵'이 '큰 양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지금 이 사태를 단순한 해상 시설 하나 설치로 볼 것이 아니라,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으로 인식해야 한다. 만약 오늘 우리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부르는 것을 묵인한다면, 내일은 더 큰 무언가를 강요받게 될 것이다.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지록위마의 끝은 황제의 몰락과 진나라의 멸망이었다. 간신의 농간을 방치한 결과는 국가 전체의 비극으로 이어졌다. 현대 국제사회에서도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침묵은 결코 중립이 아니다. 침묵은 동의와 같다.
지금이야말로 국제 질서의 원칙과 법치를 지키기 위해, 단호히 행동할 때다. 사슴을 사슴이라 부를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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