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 : 남북전쟁 속 군복과 소총 그리고 부대 편성과 보급 이야기
오늘은 드라마 1883의 배경의 토대가 되는 미국 남북전쟁에 대해 알아 보겠습니다. 우리에겐 남북 전쟁으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미국 시민전쟁( American Civil War)이라고 불리는 내전입니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온화하고 풍부한 강수량과 비옥한 옥토가 펼쳐진 동남부의 목화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대형 농장들을 중심으로 하는 농업 지대와 남부에 비해 춥고 눈이 많이 내려 목화나 농업에는 상대적으로 불리하지만 신대륙 초창기부터 정착한 상인 집단을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들이 유럽의 산업혁명의 물결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있던 동북부 지역으로 크게 나눠집니다.
유럽의 산업화 된 신기술들이 미국 동북부지역으로 전파되면서 미국의 산업은 점차 대규모 공장화 단계로 들어서게 되고 중소 도시들은 대도시화를 가속시키기 시작합니다. 동북부 지역은 산업화의 중요 요소이던 소비자 계층과 노동자 계층의 흡수가 절실해 졌습니다. 그리고 미국 내 막 싹트기 시작한 각종 산업들을 유럽의 값싼 공산품으로부터 보호육성하기 위해선 유럽에 대한 높은 무역 관세 장벽을 세워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광활한 목화 농장에 대저택을 짓고 외부환경의 영향없이 자급자족이 가능하던 왕국을 세운 남부의 부유한 지주들은 남부 목화의 주요 소비지인 유럽과의 무역 마찰을 원치 않았고 자신들의 농자에 묶여있던 수많은 흑인 노예들의 노동력 또한 북부와 공유하길 바라지 않았습니다.. 이런 불만 가득한 문제들은 점차 남부와 북부의 대립을 증폭시키게 됩니다. 이로 인해 북부는 노예를 해방시키고 자유롭게 거주지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노예제 폐지 카드를 만지기 시작했고 농장과 목장의 노동력을 뺏길 수 없던 남부 지방의 시민들은 1861년 4월, 노예제를 유지하길 원하던 남부의 대지주들을 중심으로 모여 남부연합을 결성해 미합중국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을 선언하게 됩니다. 그리고 남부 연합군은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항의 섬터 요새를 포격하는 것을 신호로 1861년부터 1865년까지 무려 4년 동안의 기나긴 남북전쟁이 시작되게 됩니다.
드라마 옐로우스톤 프리퀄 작품인 1883 2화 프롤로그 파트에 이 남북전쟁 관련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제임스 더튼은 이 전쟁에 남부군 대위로 참전했지만 결국 남부연합이 패전하면서 3년간 연방감옥에 복역하기도 합니다. 1865년의 미국의 실제 개발된 영토는 초창기 미대륙 정착촌이 있던 동부의 전통적 주들과 서부 오리건과 캘리포니아주 정도이고 나머지 서부 주들은 척박하고 열악한 환경으로 인해 아직 미개척 상태였기에 미국인들이 정착하지 않는 버려진 땅으로 명확히 미국의 땅이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현재 미국의 절반 정도만이 미국의 실질적 지배력이 작용하는 영토라고 보면 됩니다.
남북전쟁은 북부의 산업화가 진행된 주들과 남부의 광대한 농장의 지주들간의 전쟁이다 보니 전쟁 보급 물자의 양상도 매우 대조적이었습니다. 북부는 대규모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품질 좋은 동일한 규격의 양모 군복과 가죽 구두 그리고 군수 물자를 보급했기에 전 병력이 규율화 된 느낌으로 통일되게 제복을 갖춰 입은 반면 상대적으로 공장식 생산기지가 부족하던 남부는 가내 수공업에 보급을 의존할 정도였으며 남군은 양모보다는 목화 옷이 주를 이루었고 그마저도 제대로 된 군복을 대규모로 생산 지급할 수 있을 군수품 공장이 부족했기에 전투복은 각자가 가져온 옷으로 대체해서 입을 수밖에 없다 보니 남부군의 일반 사병 제복은 대체로 제각각이었습니다. 하지만 지도부에서 군대의 통일성을 유지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남부군은 의복은 같은 색 계열로 통일 되게 염색을 해서 입도록 했습니다. 여러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에서는 남부연합 군복을 묘사하는 컬러를 회색을 이용합니다. 하지만 실제 남부연합군의 군복색은 버터넛의 브라운 색을 이용했었다고 합니다. 버터넛은 좀 생소하지만 땅콩호박이라고 불리는 누런색의 땅콩 모양을 한 호박입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은 남부연합 군인을 버터넛 코트 사내들이라고 별칭으로 부르기도 했다고 합니다.
당시 남부군을 근거리에서 마주한 사람들은 오랜 전투에 찌든 그들이 몰골이 상상 할수 없을 정도로 더러웠고 역한 냄새를 풍겼다고 할 정도로 평판이 매우 나빴다는 기록도 존재합니다. 아마 이런 식으로 평판이 나빠진 데는 군복 색깔에 대한 편견 도 크게 한몫 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몰골도 엉망이고 냄새도 나는데 하필 똥색옷을 입었으니 말이죠... 옛 미국 남부에 대한 낭만을 묘사하는 여러 영화나 소설에서 나오듯 진회색의 근엄한 군복을 차려입은 낭만적인 남부의 마초적 남자들이 아니라 당시 북부 사람들에겐 똥색의 더럽고 불결한 누더기를 걸친 남부 시골 남자로 인식했다는 것도 역사의 숨겨진 재미난 이야기입니다.
사실 남부연합의 군복은 규율도 없이 엉성하게 급조하듯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1861년 6월 6일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시에서 일반 명령 제9호에 의해 남부군의 군복을 통일되게 규격화시켜 공표한 격식을 갖춘 제복입니다. 이 제복은 당시 젊은 남부연합 남자들의 자부심이자 영광이었고, 지금도 남부 모든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고 남부의 자부심을 나타내며 남부 정신을 대표하는 제복임에 틀림없습니다. 남부인들의 자긍심을 대표하고 남부인들을 동질성을 가지고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이 남부연합군 제복입니다.
드라마 1883에서도 나오듯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군의 장교와 부사관 그리고 사병 계급은 군복의 단추 수와 배열 그리고 팔과 어깨 목깃에 있는 휘장을 통해 고급 장교, 일반 장교 그리고 사병을 구분할 수 있도로 표시했습니다. 드라마에서 보면 전투가 끝난 전장에서 망연자실 상자에 걸터앉아 머리를 감싸 쥔 제임스 더튼에게 다가온 북부군 장군이 유심히 제임스의 제복을 주시하고는 캡틴이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습니다. 이 장면에서 제임스의 군복은 두줄 버튼의 단추가 달린 코트와 붉은 허리 장식 띠와 샤브레 검집, 그리고 소매 솔깃에 수놓아진 두줄 라인의 문양이 휘장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보통 남북전쟁당시 사병은 듬성듬성 달린 한 줄 단추를 달고 있고 위관급 일반 장교는 촘촘한 원 버튼 라인을 영관급 이상은 더블 버튼 라인을 입는데 캡틴인데 더블버튼 코트라 좀 고증이 잘못된 듯 하지만 주인공의 멋짐을 들어내려고 영관급으로 옷을 만든 게 아닐까 합니다. 사병들의 경우 처음엔 네다섯 개의 엉성한 단추로 사병과 장교를 구분했지만 전투에서 엉성한 단추로 인해 벌어진 와이셔츠가 미관상으로도 보기 나쁘고 활동함에도 불편했기에 자체적으로 단추를 위관과 같은 방식으로 촘촘하게 달게 되었다고 합니다.
남북전쟁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남긴 게티스 버그 전투와 같이 많은 화력을 집중시키고 양측에 엄청난 사상자를 낸 1861년 7월에 벌어진 제1차 불런(Bull Run) 전투에서는 양측이 전쟁 초기다 보니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황이라서 각 주마다 다양한 군복을 착용하거나 병사들이 평상시 입던 사복을 착용하고 참전하는 등 엄청나게 다양한 군복으로 인해 남북전쟁 전체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혼란스러운 전투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미 연방정부군을 대표하는 가장 유명한 남색 혹은 파란색 계열 군복은 전쟁 초반 아직 발행되지 않았기에 군대는 민병대 유니폼이나 여러 주에서 제공한 유니폼을 입었고, 심지어 옛 프랑스의 알제인 용병 부대였던 주아브( Zouave) 연대 복장 혹은 옛 영국 하이랜드 (Highland) 연대 복장도 많았다고 하니 이 전장이 얼마나 복잡하고 난해하게 보였을지 상상이 갑니다.
남부군 제복 역시 비슷한 이유로 다양성을 보였습니다. 일부 부대는 사냥꾼 혹은 농사꾼 복장을 한 사복을 입고 있었고, 존스턴 장군, 보레가드 장군, 롱스트리트 장군을 포함해 몇몇 장군들 마저도 예전 복무 했던 미 연방 육군 복장을 그대로 입고 전투에 참여하기도 했을 정도였습니다.
무기면에서도 북부군의 무기는 일반적으로 장거리 강선총이었습니다. 남부군은 거의 대부분 구식 머스킷 활강총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북부군은 항상 깔끔한 파란색 군복을 입었고, 그들의 진영은 보급이 원활해 장비가 잘 갖춰진 것처럼 보였기에 대체로 규율이 잘 잡혀 있게 보였습니다. 남부군 군복은 버터색, 파란색, 회색, 갈색 등 다양했고 군복이 부족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또한 병사들의 신체적 외모에도 눈에 띄는 대조가 있었는데, 북군들은 원활한 보급으로 비교적 잘 먹었던 반면 남부군은 열악한 보급으로 인해 전쟁 후반으로 갈수록 심하게 야위고, 헐벗고 배고픈 모습의 병사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북군이 산업화된 공장에서 대량의 군수품을 쏟아 내기에 군수 물자가 풍부한 것도 있긴 했지만 북군 측 병사들이 모포, 우의, 수통, 탄약, 식량 등등 수많은 개인 군수품을 군장에 싸들고 짊어 멘 채로 전장을 다닌 반면 남부군은 부족한 보급으로 인해 개인 군장도 부족했을 뿐 아니라 개인 보급품도 부족하다 보니 따로 군장이라고 할만한 게 없기도 했다고 합니다. 설령 보급이 있더라도 평원과 들판에서 사냥을 즐기던 남부군의 성향에는 거추장스럽게 짐을 들고 다니는 것 자체를 싫어 한 영향도 커서 지급된 수통을 버리고 오히려 주석으로 만든 잔만 들고 다녔다고 합니다. 이러다 보니 남부군 대부분이 의도치 않게 경보병들 처럼 가볍게 무장하고 다닌 결과 기동성이 북부군에 비해 매우 탁월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치고 빠지는 식으로 전투를 많이 했고 실제로 많은 효과가 있었다고 하네요. 하지만 장기간의 전투에는 보급이 취약하고 지니고 있는 장비와 보급품이 빈약해서 북군의 보급을 탈취하거나 약탈을 빈번하게 일으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오죽했으면 군화가 절실했던 남군이 게티스버그의 창고에 구두가 산더미 처럼 보관 되어있다는 정보를 듣고 남북전 최대규모의 사상자를 낸 게티스버그 전투를 벌였다는 웃지 못할 소문이 나돌기까지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투력 면에서는 남부군 안에는 사냥꾼 출신들이 많은 데다가 저격용 휘트워스 소총이 저격병들에게 보급되어 있어 북부군에게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을 안겨 줬다고 합니다. 전쟁 당시 남부군 저격병 한명 때문에 북군 부대가 공포에 휩싸여 누구 한명도 진격하지 않자 부대 지휘관이 앞장서서 이정도 거리를 정확히 맞출 총은 세상에 없다고 외치는 순간 저격당해 즉사 한 일화로도 유명한 저격 총입니다. 이 총은 현재의 소총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명중률과 정확도가 좋은 총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 총은 드라마 1883의 1화에서 제임스 더튼이 마차를 몰고 가다 강도를 만났을 때 무장강도 4명을 순식간에 제압하는 장면에서도 사용한 총이기도 합니다.
이상 미드 1883을 감상하시는데 배경 지식으로 도움이 될만한 이야기를 이것 저것 풀어 봤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이 1883 드라마 감상하고 이해 하시는데 더 풍부하고 재미있는 감상 포인트들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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