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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생각하기

어릴적 층간 소음에 대한 추억

by GhostJiN 202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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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층간 소음이 많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고 큰 사건 사고도 많고  층간 분쟁도 빈번한 세상이다.

하지만 3~40년 전의 아파트 단지에는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온갖 소음이 있었다.

 

부부싸움 하는 소리는 거의 매일 순번 정해서 단지 내에서 돌아가며 났었다. 유리창 깨지는 소리 밥그릇 구르는 소리 냄비가 벽에  날아가 부딪히는 소리에 고래고래 내지르는 사느냐 죽느냐를 논하는 심오한 삶의 무게를 지닌 싸움 소리... 그걸 말리러 윗집 아랫집 옆집 아주머니들 달려가서 다독이며 부부싸움 말리던 소리... 지금은 거의 사라진 화석이 된 것 같은 소리라 여겨진다.

 

그리고 당시는  워낙 애들이 많다 보니 어느 집이나 위층 애들 뛰는 소리가 있었다. 어른들도 층간 소음이란 걸 인식이 없다 보니 다 뒤꿈치 찍으며 발망치 걸음으로 다녔기도 하고 당시에 집에서 슬리퍼 신는 사람도 잘 없었다. 상류층은 모르겠지만 일반 서민 아파트는 그랬지.

 

정말 온갖 사람 소리 음식 요리하는 냄새에 어디서 들어오는지 창 너머로 들어오던 담배 연기, 이불 담요 터는 소리 그리고 가요톱텐 상위인 가요를 큰소리로 따라 부르는 학생 애들 노랫소리, 커서 뭐가 될꺼냐며 타박하며 그런 학생을 혼내는 소리, 집들이 잔치 소리 새신부가 새신랑에게 함 받는 소리, 재첩국 사란소리, 싱싱한 계란이 왔어요 하는 소리, 한밤중 뜬금없이 술 취해서 고래고래 노래 부르고 소리치며 한 손에는 아내와 자식들 줄 따끈한 통닭을 담아둔 노란 봉투를 허공에 휘저으며 월급날에 어께 쫙 펴고 당당히 집으로 향하는 비틀비틀 걸어가는 취객들 소리, 계단에서 급히 뛰어오르면서 신문배달하는 발소리 짜장면 왔어요~ 소리 등등 지금 같았으면 엄청나게 항의했을 소음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 어느 아파트나 집에 애들이 다 있었기에 자기 집 애들 소리에 윗집 애들 뛰는 소리가 들리지도 않았다. 그때는 정말 층간 소음으로 크게 싸우는 일이 없었다. 더욱이 당시에는 온 아파트 단지 사람들이 다 서로 잘 알고 친한 데다 별거 아니어도 먹을 거  생기면 서로서로 나눠 먹던 시절이라 크게 이웃과 싸울 일이 없긴 했다. 당시에는 소음이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고요한게 이상하게 여겨질 정도였다. 당시에는 이걸 소음이라기보다 사람 사는 냄새고 사람 사는 소리라고 여겼는데 세상이 변해서 인간간계가 단절되고 자신만의 공간에 대해 집중하다 보니 타인의 소리에 민감해하는 거 같긴 하다. 

 

우리는 언제부터 사람이 사는 냄새와 소리를 견디기 힘든 악취와 소음으로 생각하게 된 걸까?

가끔은 이런 사람내음과 사람소리가 그리울 때도 있다. 

아마 당시를 살지 않은 젊은 사람은 이런 기분 잘 모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당시를 살았던 세대여도 지금은 그 추억의 기억을 다 잊어버린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가 조금 더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고 사람에 내가 아닌 상대에게 더 집중하는 삶을 살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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